훈민정음 해례 (부분 발췌)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 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 多矣.
予, 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나날의 쓰기에 편리하도록 함에 있느니라.
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已. 坤復之間爲太極, 而動靜之後爲陰陽.
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 捨陰陽而何之. 故人之聲音, 皆有陰陽之理, 顧人不察耳. 今正音之作, 初非智營而力索, 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
理旣不二, 則何得不與天地鬼神同其用也.
하늘과 땅의 이치는 한 음양과 오행일 따름이니, 곤과 복(괘의 이름)의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임과 고요함의 뒤가 음양이 된다.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삶을 누리고 있는 무리들이 음양을 버리고 어찌 살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가 다 음양의 이치가 있으되, 돌아보건대 사람이 살피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정음(한글)의 만듦은 처음부터 슬기로써 이룩하고 힘으로써 찾음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를 따라 그 이치를 다할 따름이니,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거늘,
어찌 하늘과 땅과 귀신으로 더불어 그 쓰임을 같이 하지 않겠는가.
첫소리는 혹은 비고 혹은 차며, 혹은 드날리고 혹은 걸리며, 혹은 무겁고 혹은 가벼우니 이는 곧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나타나서 오행의 바탕을 이룸이니, 땅의 공이다.
가운뎃소리는 깊고 얕고 닫히고 열림으로써 앞에서 부르고, 첫소리는 다섯 소리의 맑고 흐림으로써 뒤에서 화답하여 처음도 되고 끝도 되니 또한 온갖 사물이 처음에 땅에서 나와 다시 땅으로 돌아감을 볼 수 있다.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가 어울리어 글자가 된 것을 말하면, 또한 움직임과 고요함이 서로 뿌리되며, 음과 양이 바뀌는 뜻이 있나니, 움직임은 하늘이고, 고요함은 땅이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겸한 것은 사람이다.
대개 오행이 하늘에 있어서는 신의 운행이고, 땅에 있어서는 바탕의 이룸이고, 사람에 있어서는 어짊과 예도와 믿음과 의와 슬기가 신의 운행이며, 간장과 심장과 비장과 폐장과 신장은 바탕의 이룸이다.
첫소리는 발하고 움직이는 뜻이 있으니, 하늘의 일이고, 끝소리는 그치고 머무르는 뜻이 있으니, 땅의 일이고, 가운뎃소리는 첫소리의 남을 이으며, 끝소리의 이룸을 이어줌으로 사람의 일이다.
대개 자운의 중심은 가운뎃소리에 있어서 첫소리와 끝소리가 어울려 소리를 이루는 것이 또한 하늘과 땅이 온갖 사물을 낳아 이루되 그 재물을 이룩하는 것을 반드시 사람에게 힘입음과 같음이다.
끝소리에 다시 첫소리를 쓰는 것은 그 움직이고 양인 것도 건이고, 고요하고 음인 것도 또한 건이니, 건은 진실로 음과 양이 나뉘지만 다스리지 아니함이 없는 것이다. 한 원의 기운이 두루 흘러 다하지 아니하고 사계절의 운행이 돌고 돌아 끝이 없으므로 정에서 다시 원으로 되며,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되는 것이니, 첫소리가 다시 끝이 됨과 끝소리가 다시 처음이 됨이 또한 이 뜻이다.
아아, 정음이 지어짐에 하늘과 땅과 온갖 사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지니, 그 신령스럽기도 하다.
이 아마 하늘이 임금님의 마음을 여시어 솜씨를 빌린 것임일 것이다.
간추려 이르건대,